광주 서구 화정동에 있던 국군광주병원과 그 인근에서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국군광주병원은 상무대로 연행되었던 사람들과 부상당한 군인의 치료가 이루어졌던 곳이다. 계엄군은 시민들을 연행ㆍ구금하면서 폭력과 고문을 가했는데,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을 경우 국군광주병원으로 후송하여 엄중한 감시 하에 치료를 받게 했다.
항쟁이 본격화되었던 기간에도 국군광주병원에서 민간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졌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장소가 국군광주병원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5월 18일 계엄군에게 구타를 당해 적십자병원으로 후송되었던 김경철이 국군광주병원으로 전원해서 치료를 받았지만, 19일 새벽 사망했던 것이다.
국군광주병원에서의 민간인 치료는 5월 27일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5·18민중항쟁으로 연행된 대다수의 학생과 시민이 상무대 영창에 수용되었는데, 병세가 심각한 사람들
에 대한 치료가 국군광주병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국군광주병원은 의료 공간이었으나, 계엄당국의 조사와 취조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국군광주병원 인근에서도 다수의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5월 22일 오후 4시경부터 제20사단 제62연대 제2대대가 3대의 장갑차를 앞세우고 국군광주병원에서 돌고개까지를 확보하는 작전을 전개했다. 국군광주병원 주변에는 중앙정보부 전남지부와 505보안부대 등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시민이 자유롭게 이동하자 이를 차단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제20사단은 일명 국군광주병원 확보작전을 수행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발포했다. 평소에 보기 힘든 광경을 호기심으로 쳐다보던 주민들이 공격을 받았다. 계엄군의 총탄은 주거지 곳곳으로 날아들었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국군광주병원은 2007년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으로 이전했고, 국군함평병원으로 개칭했다. 국군광주병원 터는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가 2017년에 일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했고, 현재는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 전문기관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