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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의 진화
작성일 : 2021-12-28     조회 :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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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에 대한 광주의 애정은 각별하다. 주먹밥이 광주의 ‘소울푸드’로 등극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광주 미식여행에서 주먹밥을 놓친다면 섭섭한 일이다. 맛도 맛이지만 모양도,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나날이 창의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Editor 조은영 Photographer 이규열. 조은영


광주주먹밥의 오리진

여기서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광주에서 주먹밥은 그냥 주먹밥이 아니라, 광주주먹밥이라 불러야 한다. 이것이 그냥 주먹밥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름은 주먹밥인데 실제 모양은 삼각형인 주먹밥도 있으니까.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자. 주먹 모양이 언제부터 삼각형이었나? 오리지널 광주주먹밥은 그럴 수 없다. 정직한 모양이다. 크기도 모양도 주먹을 똑 닮았다. 그것도 아이 주먹이 아니라 어른 주먹 크기다. 이렇게 만들려면 봉긋이 쌓은 밥 한 공기보다 밥이 더 들어간다. 그래서 장정이 한 개만 먹어도 든든한 것이다.

 

예로부터 최고의 전투 식량이었던 주먹밥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기도 했었다. 배고픈 시절에는 별다른 것 없이 소금만 넣고 간을 해 꾹꾹 뭉쳐 모양을 잡아 새참으로 맛있게 즐겼다. 요즘 주먹밥은 밥에 비트나 강황을 넣어 색을 내기도 하고, 기름에 살짝 튀기거나 구워 식감을 달리하기도 해 그 모양과 맛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온갖 재료를 밥 안에 넣어 영양면에서도 완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본다면 주먹밥의 인기는 삼각김밥, 김밥에 밀린다. 산해진미를 다 넣어 재료비가 아무리 많이 든다 해도 결국은 밥 한 덩어리이니 제값 받기 쉽지 않다. 식당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이윤을 내기가 쉽지 않음에도 광주가 주먹밥에 진심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의 추억 음식이기 때문이다. 41년 전 광주는 주먹밥 하나로 모두의 도시가 되었다.

 

광주가 외딴 섬처럼 고립되었을 때 이야기다. 공권력의 부재 속에 저들은 옳다구나! 하며 기다렸다. 총을 든 시민들이 폭도가 되어 도시를 약탈할 것으로 생각했다. 전 세계 혁명과 혼돈의 역사 속에서 이런 일들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도시를 청소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음식을 나누고, 자발적으로 보초를 서가며 치안을 유지했다. 그 누구도 은행, 금은방, 가게를 털지 않았다. 다친 이들을 위해 줄을 서서 헌혈을 했고, 내것 네것 따지지 않고 주머니를 털어 서로를 도왔다.

이 시기를 해방광주라고 부른다. 김준태 시인은 19805월의 광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폭력이 무서워서, 시민들의 희생이 안타까워 흘린 눈물이 아니다. 광주시민의 아름다운 공동체정신, ‘해방광주를 보고 감격해 흘린 눈물이다. ‘해방광주는 이 땅의 천국이었다고 많은 이들이 그때를 아름다운 기억으로 떠올린다. 시인은 사람들 모두가 하나하나 예수의 모습이었다고 추억했다. 그 시절의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음식이 광주주먹밥이다. 주먹밥이 광주 사람들의 소울푸드가 된 이유이다




화려한 주먹밥의 변신 

광주 5월 여행길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주먹밥을 자주 보게 된다. 운이 좋으면 공짜 시식행사나 쿠킹클래스도 만날 수 있다. 만약 이 기간 광주에서 열리는 투어나 행사에 참여한다면 도시락으로 주먹밥이 나올 확률은 십중팔구다. 광주의 주먹밥은 유난하다. 레시피 경연대회라도 한 것일까? 강황을 넣은 노란 주먹밥, 비트를 넣은 빨간 주먹밥, 심지어 겉은 초록, 속은 빨간 무등산 수박 주먹밥도 있다. 시칠리아의 아란치니와 모양이 비슷한 튀긴 주먹밥부터 코스요리 레스토랑에서 사이드로 주문할 수 있는 퓨전 주먹밥도 있다. 아름다운 접시에 초밥 올리듯 가지런히 놓인 단아한 모습은 주먹밥의 놀라운 변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먹빵도 있고, 주먹밥 스낵도 있다.

주먹밥 스낵은 누룽지보다 훨씬 얇아서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고 식감이 좋았다. 주먹밥 스낵을 만든 회사에서 함께 선보인 냉동주먹밥도 시식해보았는데, 대기업 주먹밥과는 모양도 맛도 차원이 다르다.

 

동명동에 있는 맘스쿡은 주먹밥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2019년 주먹밥 경연대회에서 무려 1등과 금상을 수상했다.(진짜 경연대회가 있었다!) 맘스쿡은 2013년 오픈했다.

시작할 때는 학원이 많은 동네인 것을 감안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인 돈가스, 주먹밥을 주력으로 했다. 주먹밥의 종류는 6가지(묵은지불고기쌈, 강황불고기, 매운닭, 날치알, 김치참치)이다. 그 중 1등상 받은 묵은지불고기쌈주먹밥에는 우엉, 살치살, 깻잎, 묵은지가 들어간다. 재료만 봐도 맛이 상상되지만 직접 먹어보면 기대 이상이다. 여러 가지 맛이 궁금한 것이 인지상정, 이럴 땐 3가지를 세트로 묶은 금상주먹밥세트’(9,500)를 주문하면 선택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르다김밥.주먹밥은 상호에 주먹밥을 내걸었다. 광주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함일까? ‘다르다김밥이 아닌 다르다김밥.주먹밥이다. 황지훈 대표는 1980년생, 광주 토박이로 외식업을 하고 계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2012년부터 이미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김밥집에선 실패를 맛봤다. 2014년 심기일전하고 다르다김밥.주먹밥으로 재도전해 지금은 봉선, 상무, 수완, 광주 신세계백화점, 인천구월에 5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유기농 친환경 재료, 밝고 트렌디한 내부 디자인, 깔끔하고 청결한 오픈키친, 세련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셜미디어 홍보에도 열심이다. 광주 사람들은 이제 프리미엄 김밥집하면 다르다김밥.주먹밥을 떠올린다. 이곳에는 7가지 주먹밥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김밥과 꼬마김밥 메뉴가 있다. 그중 백화점 최고 인기메뉴는 김 대신 감태로 싼 김밥이다.

 

이곳에서도 여러 재료(한우, 참치마요, 김치, 매콤멸치, 나물)를 묶어 구성한 주먹밥 세트메뉴 오미주먹밥(7,500)을 추천한다. 황지훈 대표는 광주주먹밥을 만드는 것은 사업 측면을 넘어 광주공동체 정신을 알리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상호에 주먹밥을 넣은 곳이 하나 더 있다. 광주주먹밥.오백국수, 상호가 좀 길지만 기억하기 바란다. 수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송정역사 2층에서 국수와 주먹밥을 판매하고 있다. 노란 강황이 들어간 주먹밥을 가져가기 편하게 포장용기에 하나씩 담았다. 주먹밥(2,500원 선) 하나가 밥 한 공기와 맞먹을 정도로 양이 푸짐하다. 




화정동에 있는 테스팅노트는 지역에서 코스요리로 소문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같은 유러피안 메뉴와 함께 주먹밥이 당당히 메뉴판에 올라가 있다. 가족이 함께 오면 아이가 먹을 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먹밥을 메뉴에 넣었는데, 그 모양새가 우아하기 그지없다. 주먹밥보다는 초밥에 가까운 모양이지만, 이 또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한 주먹밥의 변주를 보는 것 같아 특별하다. 한입 크기로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테스팅노트의 주먹밥 메뉴는 광주주먹밥(4,000), 토마토해물주먹밥(6,000), 치킨주먹밥(6,000), 이베리코 주먹밥(6,000) 총 네 가지다. 주먹밥 양념도 레스토랑답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로 간을 했다. 한 입 크기 주먹밥이 4개씩 나온다. 특히 이베리코 주먹밥은 그릴에 구운 이베리코 목살과 쇠고기 육수, 데미글라스를 섞어 만든 특제소스가 잘 어울려 풍미가 일품이다. 코스요리에서 이 집의 매력이 더 부각되지만, 간단한 점심 특선이나 단품 메뉴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광주의 추천식당 중 하나다.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충장로에 있는 밥콘서트는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도시락 배달에 더 주력하고 있다. 주먹밥.상추튀김 도시락(8,500)이 꽤 인기 있는 메뉴다. 권영덕 대표는 외식업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부모님이 광주에서 인기 있는 계절한상백반집 행복한 임금님을 운영하고 있어 어려서부터 계절 식재료와 맛있는 음식들에 둘러싸여 살았다. 권대표는 주먹밥도 든든한 한끼 보양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주문하면 그때부터 조리가 들어가야 하고, 보관시간도 길지 않아 판매하기 까다로운 메뉴지만, 광주정신이 담긴 음식이니 힘들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세계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나눔과 베품 뿐”이라고 했다. 
광주는 주먹밥으로 나눔과 베품을 실천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광주주먹밥의 계승과 메뉴의 창의적인 진화와 변신은 응원할 일이다. 
광주에 가면 주먹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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